한빛 2호기 10개월 정지 vs 美 해치 무정지 — 계속운전 심사, 무엇이 운전 공백을 만드는가

VOLTENERTEC WEEKLY · 2026년 37주차 · 1/4

결론. 한빛 2호기는 설계수명 40년이 끝나도록 계속운전 심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9월 11일 발전기를 전력계통에서 분리한다. 같은 조건에서 미국 해치(Hatch) 1·2호기는 기존 운전기간 만료를 각각 8년·12년 앞두고 다음 20년 운전을 확정했다. 두 나라를 가른 것은 설비의 건전성이 아니라 심사 판정이 보류된 구간을 누가 떠안는가라는 제도 설계다.

설계수명 만료로 정지한 원전과 계속운전 허가를 미리 확보해 가동을 이어가는 원전, 그리고 두 나라의 허가 취득 시점 타임라인 비교 도식
허가 취득 시점이 만료선 앞이냐 뒤냐에 따라 운전 공백(앰버 구간)이 생기거나 사라진다.

유리한 자리·불리한 자리 — 판정 보류 구간을 누가 떠안는가

현재 조건부터 정리한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한빛 2호기는 9월 10일 오전 2시부터 출력을 서서히 낮추기 시작해 11일 오전 10시 발전기를 계통에서 분리하고, 낮 12시에 원자로가 완전히 멈춘다. 전력거래소에 제출된 예방정비계획상 정비 종료일은 2027년 7월 9일이다. 이 기간에 계속운전 심사와 설비개선이 함께 진행되면서 약 10개월간 전력 생산이 중단된다.

이런 공백은 한빛 2호기만의 일이 아니다. 고리 2호기는 2023년 4월 설계수명이 끝날 때 심사가 진행 중이었고, 2년 7개월 뒤인 지난해 11월에야 허가를 받았다. 고리 3·4호기도 심사 중 설계수명이 만료돼 현재 가동을 멈춘 상태이며, 한빛 1호기 역시 지난해 12월 만료 후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고리 3·4호기 계속운전 허가안을 올해 하반기, 한빛 1·2호기는 내년 상반기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적용 후 변화는 미국 사례에서 확인된다. 해치 1·2호기는 올해 6월 총 80년 운전 허가를 받았다. 운영사인 사우던 뉴클리어가 지난해 5월 2차 계속운전을 신청한 지 약 1년 만이며, 기존 60년 운전기간이 끝나는 시점(1호기 2034년, 2호기 2038년)을 한참 남겨둔 상태였다. 40년에서 60년으로 늘린 1차 계속운전 허가도 기존 운영허가 만료일 대비 각각 12년, 16년가량 앞서 받았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기존 허가 만료 최소 5년 전에 계속운전을 신청하면 심사가 만료일까지 끝나지 않더라도 최종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기존 허가의 효력이 유지되는 적기 갱신(Timely Renewal) 제도를 두고 있다.

연결 논리는 제어 설계의 언어로 읽으면 분명해진다. 계속운전 심사는 본질적으로 “허가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미확정 신호를 다루는 문제다. 한국은 이 미확정 신호를 안전측 처리, 즉 정지(fail-safe)로 귀결시킨다. 미국도 최종적으로 허가 없이 돌리지는 않는다. 다만 신청 시점을 만료 5년 전으로 강제해 미확정 신호가 발생할 수 있는 시간창 자체를 운전 구간 밖으로 밀어냈다. 인터락을 느슨하게 푼 것이 아니라, 인터락이 걸릴 조건이 성립하지 않도록 시간축을 앞당긴 설계다. 이 차이가 4400억 원짜리 결과로 나타난다.

제도 비교 — 무엇이 운전 공백을 만드는가

같은 40년 설계수명, 같은 가압경수로·비등경수로 계열의 노후 원전이라도 심사 제도의 세 항목에서 결과가 갈린다. 아래는 보도된 사실만으로 두 사례를 대조한 것이다.

구분 한빛 2호기 (韓) 해치 1·2호기 (美)
허가 취득 시점 설계수명 만료 이후, 심사 진행 중 기존 만료 8년·12년 전 확정
심사 초점 경년열화 + 주기적 안전성평가(PSR) 14개 항목 + 최신 기술기준 경년열화(설비 노후화) 평가 중심
심사 미완 시 처리 사업자가 정지 리스크 부담 적기 갱신으로 기존 허가 효력 유지
운전 공백 약 10개월(정비 종료 2027-07-09 예정) 없음
공백 비용 LNG 대체 가정 시 약 4400억 원 해당 없음

표에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행은 “심사 초점”이 아니라 “심사 미완 시 처리” 한 줄이다. 검토 항목 수를 줄이지 않고도 운전 공백은 제도 설계만으로 없앨 수 있다는 뜻이다.

전력 시스템 관점의 시사점

4400억 원이라는 숫자는 이용률 80%를 가정한 10개월 발전량 약 55억kWh에 지난해 원전·LNG 평균 정산단가 차이 79.13원/kWh를 곱한 추산치다. 계통 운영 관점에서 이 공백은 단가 차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저 출력을 담당하던 설비 1기가 계통에서 빠지면 그 자리를 메우는 것은 급전 가능한 가스 화력이고, 이는 곧 계통의 한계 발전기(marginal unit)가 더 오래 LNG로 고정된다는 의미다. 정산단가 차이는 이 구조가 10개월간 유지된 결과값이지 원인이 아니다.

심사 초점의 차이도 짚어둘 필요가 있다. 미국이 집중하는 경년열화 평가는 원자로 냉각재와 접촉하는 구조재가 앞으로도 버틸 수 있는지를 보는 작업이며, 이 영역은 비파괴 평가 기술로 뒷받침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등록특허 KR101447012B1(출원 2013-06-24, 등록 2014-10-07, Google Patents 조회 결과 Active)은 원자로 냉각재와 접촉하는 원전용 금속합금 구조재에 합금 원자의 단범위 규칙화(SRO, Short-Range Ordering)를 형성한 뒤 경도·열전도도·전기 비저항 변화를 측정해 잔여수명을 평가하는 비파괴적 방법을 청구한다. 다만 이 특허는 평가 방법을 청구할 뿐 운전 중 온라인 적용이나 계속운전 심사 절차를 청구하지 않는다는 점은 구분해 두어야 한다.

한 원자력 규제 전문가는 “한국은 심사 지연에 따른 원전 가동중단 리스크를 사업자가 떠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계속운전 대상 원전의 경우 사실상 신규원전 건설허가에 가까운 수준의 검토를 받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확인 필요 항목도 남는다. 원안위의 상정 계획(고리 3·4호기 올해 하반기, 한빛 1·2호기 내년 상반기)은 계획일 뿐 확정 일정이 아니며, 한빛 2호기의 실제 재가동 시점은 심사 결과와 설비개선 공정에 따라 달라진다.

경계 조건 — 유리함이 뒤집히는 지점

  • 신청 시점 전제: 적기 갱신은 만료 최소 5년 전 신청이라는 조건 위에서만 작동한다. 사업자가 늦게 신청하면 같은 제도 아래에서도 공백은 그대로 발생한다. 제도가 리스크를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가 요구하는 준비 시점을 지켰을 때만 흡수된다.
  • 비용 추산의 고정 가정: 4400억 원은 이용률 80%와 지난해 평균 정산단가 차이 79.13원/kWh를 고정한 값이다. LNG 연료비나 정산단가 구조가 바뀌면 이 격차는 좁아지거나 벌어진다.
  • 심사 범위의 성격: PSR 14개 항목과 최신 기술기준 반영이 곧 낭비라는 뜻은 아니다. 원안위 전문위가 고리 2호기 허가안에서 PSR과 운영변경허가 제출 항목의 중복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도록 제언한 것은 중복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지 항목 삭제를 뜻하지 않는다. 중복 여부는 원전별로 다르다.

이 세 조건을 모두 감안하면 단일 선택 기준은 하나로 좁혀진다. 심사 기간을 며칠 단축했느냐가 아니라, 판정이 보류된 구간이 운전 시간축 위에 남아 있느냐다. 앞의 것은 규제기관의 처리 속도 문제이고, 뒤의 것은 제도 설계 문제다. 한빛 2호기의 10개월은 후자에서 갈렸다.

출처: 전기신문 2026년 9월 10일 「계속운전 위해 서는 한빛 2호기, 美 원전은 멈출 일 없다는데」. 특허 서지·법적상태는 Google Patents 직접 조회(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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