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씁니다. 원전 안전계통 계측 신호의 노이즈는 소프트웨어 필터로 덮는 문제가 아닙니다. 필터 시상수는 채널 응답시간에 그대로 더해지고, 채널 응답시간은 안전해석이 가정한 값 안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순서는 접지·차폐·배선 분리로 노이즈의 유입을 먼저 줄이고, 남는 노이즈만 응답시간 예산 안에서 필터로 처리하는 것입니다. 어떤 노이즈가 어디서 들어오는지는 설계 단계에서 단정할 수 없으므로, 판단의 근거는 파형 분석 및 실측 요망으로 남겨 둡니다.

안전 인터락 조건부터 확인합니다
노이즈 대책이 안전 기능을 해치는 경로는 두 가지입니다. 필터가 응답을 늦추는 경우와, 노이즈를 걸러 내려고 넣은 판정 로직이 실제 이상 신호까지 무시하는 경우입니다. 인터락 항목은 이 두 경로를 막는 쪽으로 정합니다.
- □ 채널에 들어간 모든 필터(센서 내부 댐핑, 전송기 설정, 입력 모듈 필터, 소프트웨어 필터)의 시상수를 합산해 채널 응답시간 예산에 포함했는지 확인.
- □ 신호 범위 이탈(단선·단락)을 판정하는 로직이 채널을 “트립 방향” 또는 “고장 표시 후 운전원 판단” 중 어느 쪽으로 보내는지 설계 문서에 정의되어 있는지 확인.
- □ 변화율 제한(Rate Limit) 로직이 실제 과도 상황의 빠른 변화를 노이즈로 오인해 억제하지 않는지, 안전해석 과도 곡선과 대조했는지 확인.
- □ 안전 채널 신호 케이블이 전력 케이블과 분리된 트레이·전선관으로 포설되어 있는지 확인.
- □ 계측 접지와 전력 접지가 어디서 어떻게 연결되는지 결선도에 명시되어 있는지 확인.
유입 경로별 대책
4~20 mA 전류 루프는 전압 신호보다 노이즈에 강하지만, 공통 모드 노이즈와 접지 전위차에는 여전히 취약합니다. 노이즈 유입 경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눕니다. 전력 케이블과의 유도·용량 결합, 접지 루프를 통한 전위차 전류, 인버터·가변속 구동기 등의 고주파 방사입니다.
차폐 접지 방식은 주파수 대역에 따라 판단이 뒤집힙니다. 저주파(전원 주파수 대역) 노이즈에는 차폐를 한쪽 끝에서만 접지해 접지 루프를 만들지 않는 편이 유리하고, 고주파 노이즈에는 양단 또는 다점 접지로 차폐를 짧은 경로로 대지에 붙이는 편이 유리합니다. IEEE 1050은 발전소 계측·제어 설비 접지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며, 이 판단을 현장 조건에 맞춰 선택하도록 합니다. 어느 대역이 지배적인지는 계산서가 아니라 파형 분석 및 실측 요망 사항입니다.
하나 더 볼 것은 루프 전원의 공통선입니다. 여러 채널의 24V DC 루프 전원 음극을 한 곳에서 묶고, 그 공통선이 다른 위치에서 다시 접지되면 채널들이 서로의 접지 전류를 나눠 갖게 됩니다. 이때 한 채널의 노이즈가 다른 채널로 옮겨 가므로, 채널 독립성 관점에서도 루프 전원과 공통선은 채널별로 분리하는 편이 맞습니다. 채널 분리가 이미 되어 있다면, 공통 모드 전압이 신호 절연기 정격 안에 있는지만 확인하면 됩니다.
현장 실행 순서
- 이상 채널의 신호를 운전 상태별(정지, 대형 전동기 기동, 가변속 구동기 운전 중)로 기록합니다.
- 기록 파형에서 노이즈 주파수 성분을 확인합니다. 전원 주파수 성분인지, 스위칭 주파수 대역인지 구분합니다.
- 저주파 성분이 지배적이면 접지 루프 여부를 먼저 확인합니다(차폐 양단 접지, 계측 공통선의 다점 접지 등).
- 고주파 성분이 지배적이면 인접 전력 케이블, 가변속 구동기 출력 케이블 경로와 차폐 종단 방식을 확인합니다.
- 배선·접지 조치 후 같은 조건에서 재측정해 개선 여부를 확인합니다.
- 남는 노이즈에 대해서만 응답시간 예산 안의 필터를 검토합니다.
신호 품질 판정 의사코드 (IEC 61131-3 ST)
(* I/O MAP - 안전 채널 A 입력 처리 *)
(* %IW40 : AI_PT_A_RAW_MA - 압력 전송기 루프 전류, mA *)
(* %Q7.0 : DO_CH_A_SIG_FAIL - 신호 고장 표시 *)
(* %Q7.1 : DO_CH_A_ROC_ALM - 변화율 이상 경보 (감시 전용) *)
(* 1. 범위 판정 - NAMUR NE 43 구간 기준 *)
(* 3.8 ~ 20.5 mA : 측정 범위 (4 ~ 20 mA 초과·미달 포함) *)
(* 3.6 mA 미만 또는 21.0 mA 초과 : 고장 신호 *)
X_SIG_FAIL := (AI_PT_A_RAW_MA < 3.6) OR (AI_PT_A_RAW_MA > 21.0);
DO_CH_A_SIG_FAIL := X_SIG_FAIL;
(* 2. 필터 - 시상수 T_FILT 는 채널 응답시간 예산에서 역산한 상한 이내 *)
X_FILT := X_FILT + (AI_PT_A_RAW_MA - X_FILT) * (T_SCAN / (T_FILT + T_SCAN));
(* 3. 변화율 - 경보만. 값을 억제하거나 이전 값으로 고정하지 않음 *)
X_ROC := ABS(AI_PT_A_RAW_MA - X_PREV) / T_SCAN;
DO_CH_A_ROC_ALM := X_ROC > R_ROC_TH;
X_PREV := AI_PT_A_RAW_MA;
(* 4. 바이스테이블 입력 - 신호 고장 시 채널은 설계 문서에 정한 방향(트립 또는 고장표시)으로 *)
IF X_SIG_FAIL THEN
X_CH_A_TRIP := B_FAIL_TO_TRIP; (* 설계 선택: TRUE=트립 방향 *)
ELSE
X_CH_A_TRIP := SCALE_TO_ENG(X_FILT) >= R_TRIP_SP;
END_IF;
3번에서 변화율 이상을 “경보만” 처리한 이유가 있습니다. 변화율 제한으로 값을 억제하면 실제 급격한 압력 변화도 노이즈로 취급되어 트립이 늦어집니다. 노이즈 여부는 운전원과 정비원이 파형으로 판단할 문제이지, 보호 연산이 스스로 판단할 문제가 아닙니다.
대책 수단 비교
| 수단 | 응답시간 영향 | 효과 대역 | 적용 판단 |
|---|---|---|---|
| 배선 분리 | 없음 | 전 대역 | 최우선 |
| 차폐 1점 접지 | 없음 | 저주파 | 접지 루프 확인 시 |
| 차폐 양단 접지 | 없음 | 고주파 | 방사 노이즈 확인 시 |
| 신호 절연기 | 작음 | 공통 모드 | 접지 전위차 확인 시 |
| 소프트웨어 필터 | 있음 | 설정 대역 | 잔여분만 |
표에서 응답시간 영향 열이 “없음”인 수단부터 적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필터와 신호 절연기는 응답시간 예산을 소비하므로, 배선·접지 조치를 끝낸 뒤 남는 노이즈에만 씁니다. 순서를 거꾸로 하면 노이즈는 사라져도 응답시간 여유가 사라집니다.
경계 조건
차폐 접지의 판단이 뒤집히는 조건은 노이즈 주파수 대역입니다. 저주파 문제로 판단해 1점 접지로 바꿨는데 실제 지배 성분이 가변속 구동기의 고주파라면 노이즈는 오히려 커질 수 있습니다. 또 채널 응답시간 예산이 이미 빠듯한 채널에서는 필터를 전혀 쓸 수 없고, 배선 경로 변경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어느 경우든 조치 전후 동일 조건 파형 비교 없이 대책을 확정하지 않습니다.
단일 판단 기준은 이렇습니다. 실측 파형으로 노이즈의 지배 주파수 대역을 확인한 뒤, 응답시간을 쓰지 않는 수단으로 먼저 줄이고, 필터는 응답시간 예산의 남은 여유 안에서만 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