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송전선로(VPL) 예산 24억 원 착수 — ESS를 송전설비처럼 쓸 때 인터락은 어디에 거는가

VOLTENERTEC WEEKLY · 2026년 38주차 · 2/5

결론부터 씁니다. 가상송전선로(Virtual Power Line, VPL)는 ESS를 "발전설비처럼" 쓰던 운용을 "송전설비처럼" 쓰는 운용으로 바꾸는 사업입니다. 설비 쪽에서 실제로 달라지는 것은 배터리도 PCS도 아니고 지령 우선순위와 인터락 조건입니다. 수익 최적화를 위해 충·방전하던 설비가 계통 혼잡 해소 지령을 우선 받게 되면, SOC(State of Charge) 운용 여유가 인터락의 입력 변수로 올라옵니다. 이 전환을 시퀀스에 반영하지 않은 설비는 지령을 받고도 못 받는 상태가 됩니다.

혼잡 구간이 표시된 송전선로와 그리드포밍 PCS·주변압기·EMS 지령 신호로 구성된 BESS 설비의 등각 도식
혼잡 구간을 가진 송전선로와, 그 혼잡을 완화하는 위치에 놓인 BESS·그리드포밍 PCS·주변압기. 점선은 EMS 지령 신호 경로.

이번 주 확정된 것과 아직 아닌 것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은 17일 서울 한전 아트센터에서 전력산업 산·학·연·관 전문 포럼 성과발표회를 열고, 지난 4월 17일 출범해 약 5개월간 운영한 8개 전문포럼(참여 전문가 116명)의 성과를 공유했습니다. 발표된 항목을 확정도 기준으로 나누면 이렇습니다.

항목 확정된 내용 시점
VPL 사업 2027년도 기후부 예산안에 24억원 반영 내년 착수, 2030년까지 확대 방침
그리드포밍 Grid-code 송전망 중앙계약 BESS의 전압·주파수 자체 형성 기준 마련 시험·검증체계 11월까지 구축, 2027년 실계통 운전
배전망 민간 ESS 기술기준 개정·현장 실증, 전력시장 규칙 개선 병행 추진 단계(일정 미공개)
AMI 데이터 연계 신축 아파트 AMI의 한전 의무 연계 고시 개정 추진 약 134만호 MDMS 연계 목표
국가 설비계획 반영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에 VPL 반영 방침 계획 수립 시점에 종속

표에서 설비 담당자가 먼저 읽어야 할 줄은 두 번째입니다. 예산이 붙은 VPL보다, 시험·검증체계 구축 시점이 11월로 박힌 그리드포밍 Grid-code가 먼저 현장에 도달합니다. 2027년 실계통 운전을 목표로 한다면 시험 항목이 확정되는 시점에 맞춰 PCS 펌웨어와 보호 협조를 다시 잡아야 하고, 그 리드타임은 예산 집행보다 짧습니다.

유리한 자리와 불리한 자리

현재 조건에서 계통 혼잡은 송전선로 증설로 푸는 문제였습니다. 선로 건설이 장기간 지연되면 재생에너지 접속은 대기열에 남고, 기존 선로는 첨두 시간대에만 한계에 걸린 채 나머지 시간은 여유를 남깁니다. 설비 관점에서는 "혼잡"이 운영 지표가 아니라 계획 지표였습니다.

VPL이 적용되면 이 구도가 바뀝니다. 혼잡 구간 양단에 놓인 ESS가 선로 조류를 직접 낮추는 역할을 맡으면, 혼잡은 실시간 운영 지표가 됩니다. 충전·방전 지령이 시장 가격이 아니라 선로 조류 제약에서 나옵니다. 유리한 자리는 명확합니다. 선로 증설 리드타임이 길고, 혼잡이 특정 시간대에 집중되며, 양단에 부지가 확보된 구간입니다.

불리한 자리도 분명합니다. 혼잡이 하루 종일 지속되는 구간에서는 ESS의 에너지 용량이 먼저 바닥납니다. 송전선로는 열적 한계 안에서 무한정 흐르지만 ESS는 kWh가 소진되면 멈춥니다. 선로는 출력(kW) 제약 설비이고 ESS는 에너지(kWh) 제약 설비라는 차이가 VPL의 본질적 한계입니다.

연결 논리는 여기서 나옵니다. 지령 우선순위가 시장에서 계통으로 옮겨가면, 설비는 "지금 지령을 받을 수 있는 상태인가"를 스스로 판단해 상위에 보고해야 합니다. 그 판단 근거가 SOC 여유이고, 그것이 인터락 조건으로 들어갑니다.

안전 인터락 확인 순서

  1. EMO(Emergency Off)와 화재·가스 감지 계통이 PCS 주회로를 하드와이어로 개방하는지 확인. 이 경로는 EMS 지령·통신 상태와 무관하게 동작해야 하며, 소프트웨어로 우회하거나 지연시키지 않습니다.
  2. 직류측 차단기(DC Breaker)와 랙 단위 접촉기의 개방 조건 확인. 상위 지령 취소가 곧 물리적 개방을 의미하지 않으므로 별도로 봅니다.
  3. 계통 보호 협조 확인. 그리드포밍(Grid-forming) 모드에서는 PCS가 전압·주파수를 형성하므로, 계통 고장 시 보호계전기 동작 시간과 PCS 고장 통과(Fault Ride-Through) 설정이 서로 어긋나지 않아야 합니다.
  4. EMS 통신 두절 시 거동 정의. 지령 통신이 끊기면 마지막 지령 유지가 아니라 사전 정의된 안전 상태로 수렴해야 합니다.
  5. SOC 하한·상한 인터락. 혼잡 완화 지령이 와도 SOC가 하한이면 방전 지령을 거부하고 가용 불가를 상위에 보고합니다. 거부 사실이 상위에 전달되지 않는 구성이 가장 위험합니다.
  6. 열관리 계통 상태. 냉각 계통 이상 시 지령 수락 전에 출력을 제한합니다.

혼잡 완화 지령 수락 시퀀스 (ST 의사코드)

(* I/O MAP *)
(* DI201 : EMO AND FIRE PANEL CONTACT OK  - 하드와이어 상태 읽기 전용 *)
(* DI202 : DC BREAKER CLOSED *)
(* DI203 : EMS LINK ALIVE  - 워치독 접점 *)
(* AI201 : PACK SOC        0 - 100 % *)
(* AI202 : MAX CELL TEMP   degC *)
(* AI203 : LINE FLOW MARGIN  - 혼잡 구간 조류 여유 (MW) *)
(* DO201 : PCS DISCHARGE ENABLE *)
(* DO202 : AVAILABILITY REPORT TO EMS *)

AI_PACK_SOC        := AI201;
AI_MAX_CELL_TEMP   := AI202;
AI_LINE_FLOW_MARGIN:= AI203;
DI_SAFETY_CHAIN_OK := DI201;
DI_DC_BREAKER_ON   := DI202;
DI_EMS_LINK_ALIVE  := DI203;

(* 1. 가용 판정 - 안전체인·차단기·열·SOC 여유가 모두 성립할 때만 가용 *)
B_UNIT_AVAILABLE := DI_SAFETY_CHAIN_OK
                    AND DI_DC_BREAKER_ON
                    AND (AI_MAX_CELL_TEMP < R_TEMP_LIMIT)
                    AND (AI_PACK_SOC > R_SOC_MIN);   (* R_SOC_MIN 예시 15 % *)

(* 2. 가용 상태는 지령 수락 여부와 무관하게 항상 상위에 보고 *)
DO_AVAILABILITY_REPORT := B_UNIT_AVAILABLE;

(* 3. 혼잡 완화 방전 지령 - 선로 조류 여유가 임계 이하일 때만 수락 *)
IF B_UNIT_AVAILABLE AND DI_EMS_LINK_ALIVE
   AND (AI_LINE_FLOW_MARGIN < R_CONGESTION_TH) THEN
    DO_PCS_DISCHARGE_ENABLE := TRUE;
ELSE
    DO_PCS_DISCHARGE_ENABLE := FALSE;
END_IF;

(* 4. EMS 통신 두절 - 마지막 지령 유지 금지, 정의된 안전 상태로 수렴 *)
IF NOT DI_EMS_LINK_ALIVE THEN
    DO_PCS_DISCHARGE_ENABLE := FALSE;
    B_LOCAL_SAFE_MODE       := TRUE;
END_IF;

R_SOC_MIN·R_CONGESTION_TH는 설명을 위한 예시값입니다. 실제 설정값은 해당 구간의 조류 패턴과 계약 조건에 따라 결정되며, 이 글에서 확정할 수 있는 값이 아닙니다. 또한 4번 항목의 안전 상태를 무엇으로 볼지(정지 또는 정지 전 완만한 출력 감쇠)는 계통 운영자와의 협의 사항입니다.

그리드포밍 제어의 특허 지형

그리드포밍과 그리드팔로잉을 같은 변환기에서 다루는 제어 기법은 등록특허로 확보돼 있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North Carolina State University)의 US11108235B1 "Double synchronous unified virtual oscillator control for grid-forming and grid-following power electronic converters"는 이중 동기 통합 가상 발진기 제어(DSUVOC) 회로를 청구하며, 이 제어기가 이중 동기 공간벡터 발진기·시퀀스 추출·고장 검출·사전 동기화·가상 임피던스·단자 전압 보상·능동 댐핑 요소를 포함해 평형·불평형 조건 모두에서 동기화와 고장 통과(Fault Ride-Through)를 가능하게 한다고 기재합니다. 2021-02-11 출원, 2021-08-31 등록이며, 2022-03-01자로 미국 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에도 권리가 이전 기재돼 있습니다.

이 청구 내용이 시사하는 실무 포인트는 하나입니다. 그리드포밍에서 어려운 부분은 정상 상태의 전압·주파수 형성이 아니라 불평형 고장 중에도 동기를 유지하며 버티는 구간입니다. 11월까지 구축된다는 시험·검증체계에서 확인해야 할 항목도 여기에 몰릴 가능성이 큽니다.

경계 조건 — 언제 VPL이 불리해지는가

VPL의 이점은 세 조건에서 뒤집힙니다.

첫째, 혼잡 지속시간입니다. 혼잡이 하루 수 시간에 그치면 ESS의 에너지 용량으로 감당되지만, 상시 혼잡 구간에서는 선로 증설을 대체하지 못합니다. 이때 VPL은 증설의 대안이 아니라 증설까지의 가교입니다.

둘째, 고장 시 책임 경계입니다. ESS가 송전설비처럼 운용되면 그 가용률 저하가 곧 계통 제약이 됩니다. 발전설비였다면 "안 하면 그만"이던 상황이 송전설비에서는 제약 위반이 됩니다. 가용률 보증 조건과 예비율 확보 방식이 계약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는 현재 공개된 내용에 없습니다 — 확인이 필요한 항목으로 남겨 둡니다.

셋째, 보호 협조입니다. 그리드포밍 모드의 고장 전류 기여는 동기기와 다릅니다. 기존 보호계전기 정정값을 그대로 둔 채 그리드포밍 PCS를 투입하면 오동작·부동작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설비별 파형 분석 및 실측이 요망되며, 문서상 기준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단일 선택 기준은 이렇게 잡습니다. 혼잡이 시간대에 집중돼 있고, 그 시간대를 덮을 에너지 용량(kWh)이 확보되며, 해당 구간 보호 정정값을 다시 잡을 수 있는 조건일 때만 VPL이 선로 증설보다 유리합니다. 셋 중 하나라도 성립하지 않으면 증설 일정을 앞당기는 편이 낫습니다.

출처: 전기신문 「기후부·한전, 전력산업 포럼 성과 발표…가상송전선로 내년 착수」(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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